2008년 11월 14일 철수는 오늘

IMF 직후에 마음이 가난한 사람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시를 써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충청도의 한 보일러공 생각을 한다.

그의 이름은 이면우.

두어 편 그의 시를 청취자에게 소개했던 기억도 난다.
저녁거리에 등장한 김이 무럭무럭 나는 찐빵을 보니까
문득 그의 시 "빵집"이 떠오르며 그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그는 아직도 보일러에 불을 때고 있을까?


공사장을 전전하던 그가
대학교의 보일러 기사가 되어 안정된 생활을 하자
누구보다 좋아한 것은 아내와 어린 아들이었다.
공부 잘하고 심려 깊던 그 초등학생 아들은
당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늦게 얻는 외동이라 아버지의 연로한 나이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우고 익히는 게 자식뿐만이 아닌데,
그 어린 아들은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속성으로 마치고
빨리빨리 학업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했다.
그래야 아버지의 어깨가 펴지므로.


어려운 환경에서 일찍 철드는 아이들은 보는 이를 안쓰럽게 한다.
이면우 시인은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다 "집 걱정하는 아이"를 보게 된다.
그 아이를 시는 이렇게 설명한다.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 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집 빵 사 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시인은 아이의 서툰 크레파스 글씨를 보고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있는 걸 알았다.
못 만나 봤지만, 삐뚤빼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올리니까
저절로 삶의 자세를 바로잡게 되었다는 얘기다.
빵과 집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일상을 영위하는 모든 사람이
우리 사회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생각해보니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이도 지도자들이 아니라 바로 그런 이웃들이다.

by TheProdigy | 2008/11/14 17:10 | 배철수의 음악 캠프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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